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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대 중반의 남자들이 오랜만에 만나서 술집에서 하는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강추위에 목도리 사이로 들어오는 서울의 빌딩풍같이 날카로운 현실의 이야기와
당직 근무 후 피우는 담배 한 모금처럼 상상만 해도 달콤한 이상의 이야기이다.
'졸업하면 뭐 하지...' '집은 살 수 있을까' 뒤에 잔 부딪히는 소리가 몇 번 나고 나면 우리의 두 발을 현실이란 바닥에 고정하고 있던 밧줄이 슬슬 풀리기 시작한다.
마음속도 아니고 저 기저 무의식 골짜기 깊숙이 있었던 희망사항들이 혀를 거쳐 나오기 시작한다.
"솔직히 휴학하고 작업실 하나 잡고 음악 작업만 하고싶음 ㅎㅎ"
"내일부터 카메라 사서 여행 다닐 거야 ㅎㅎ"
'꿈'은 아무 조리도 거치지 않은 식재료같은 단어라고 생각한다.
어떤 요리로 변신해도 이상하지 않은 친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의도적이던 의도적이지 않던 '꿈'이란 식재료는 많은 이들의 터치를 받는다.
학교, 친구 심지어 가장 가까운 가족들까지 입김을 넣는다.
"꿈이 뭐예요?"라는 질문을 들으면
뭔가 낭만적이고 거창한 답변을 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나 또한 친구가
"내 꿈은 우리 엄마가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하는 거야"
라고 했을 때
"그게 어떻게 네 꿈이냐? 그게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맞아?"
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내 말이 맞았든 틀렸든 친구의 꿈을 요리하려 들었던 점은 확실하다.
오늘은 내 꿈에 대해서 며칠간 고민을 하다가 머리 좀 식힐 겸 글 좀 적어보려고 카페에 왔다.
그 고민의 결론은
꿈이란 단어는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순수한 'will' 자체를 꿈이란 단어 하나로 접근하려는 행위 자체로 순수했던 것은 더 이상 순수하지 않다.
"꿈"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대화를 쭉 이어가다 보면 더 나은 결말이 나올 것이다.
나는 요즘 내가 스스로 만든 음악작업물이 하나 있으면 참 멋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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