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라우드 아틀라스] 인연의 순환과 선택

    2021. 7. 17.

    by. zia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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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O SEOUL

    새로운 영화를 찾아가면서 보는 것도 좋아하지만, 감명 깊게 봤던 영화를 여러 번 반복해서 보며 곱씹는 것을 좋아합니다. 같은 영화도 인생의 어느 시점에 보는지에 따라 느끼는 바가 천차만별이더라고요. 클라우드 아틀라스도 한 3번 정도 봤는데 볼 때마다 다가오는 느낌이 다 달랐습니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제가 좋아하는 영화 top 5안에 드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 뭔가 시야가 확 트이는 느낌이 듭니다. 영화 속 배경이 시공간을 초월하며 계속 전환되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2시간 동안은 잡생각 없이 시공간 여행을 하는 느낌이 듭니다. 


     영화는 6개의 시공간이 각각 다른 배경이 수시로 전환되면서 진행됩니다.

    • 19세기 어느 변호사의 태평양 항해 이야기
    • 20세기 유럽에서 활동하는 양성애자 작곡가의 이야기
    • 20세기 샌프란시스코에서 핵발전소 관련 비리를 파해치려하는 여기자의 이야기
    • 21세기 런던에서 한 할아버지가 이상한 노인복지시설에서 겪는 사건사고와 관련된 이야기
    • 22세기 neo 서울에서 복제인간의 이야기
    • 24세기 문명이 파괴된 지구에서의 이야기

    각각의 시공간에서 인물들은 윤회라는 열쇠로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이 연결이 생각보다 복잡해서 저도 아직 파악이 제대로 되지는 않았습니다ㅜㅜ 

     

     아무튼 ㅎㅎ 이 6개의 배경에서는 '인물들이 특별한 상황을 통해 느끼는 점을 바탕으로 행하는 선택'이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는 연료 역할을 합니다. 

    • 19세기에 변호사가 항해 중 흑인 노예에게 도움을 받고 노예관련 가족사업을 물려받는 것을 포기하고 노예해방운동에 뛰어들게 되는 선택
    • 24세기 문명이 파괴된 곳에서 부족생활을 하며 그들만의 종교를 믿고 있던 부족원이 자신의 믿음을 한풀 꺾게 되는 선택
    • 20세기에 우연히 핵발전소의 비리를 알게 되어 이를 파 해치려고 하는 선택

    등등이 생각이 납니다. 물론 이런 굵직굵직한 선택들 말고도 사소한 선택들조차 영화감독이 가끔 강조한 부분들이 나왔습니다. 워쇼스키 감독은 우리가 인생에서 행하는 결정들이 비단 같은 시공간에서의 영향만 받는 것이 아닌 시공간을 초월하여 얽혀있는 인연들의 영향 또한 받는다는 것을 은연중에 표현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되게 멋있게 다가왔습니다. '내가 오늘 행한 사소한 선택이 15세기 조선, 기원전 메소포타미아에서의 인연들의 영향들의 산출물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웅장 해지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화 후반부에 어떻게 보면 뻔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대사가 가장 와닿았습니다. 19세기 배경에서 변호사가 태평양 항해를 하고 돌아온 후, 아버지에게 이제부터는 노예해방운동을 하러 집을 나가겠다는 말을 하는 씬에서 나온 대사입니다.

     

    Haskell Moore(변호사 아버지)
    • No matter what you do it will never amount to anything more than a single drop in a limitless ocean.
    • 네가 뭘 하든 그것은 끝없는 바다의 한 방울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야.
    Adam Ewing(변호사)
    • What is an ocean but a multitude of drops?
    • 바다는 수많은 물방울들의 집합이지 않나요?

     

     너무나도 당연한 말입니다. 역사에서 굵직한 선들은 개인 혹은 집단이 찍은 작은 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굵직한 선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점 하나하나들은 크게 영향력이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결국 선은 점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선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던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점을 찍는 것이 무조건적으로 옳다고 생각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점을 찍어나가는 행위는 선을 무조건 따라가는 것보다 힘들뿐더러 나의 노력이 선에 반영된다는 것이 보장되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대부분의 어른들이 이러한 선택을 내리려고 하는 젊은이들에게 '왜 그리 힘든 길을 선택하니'라고 하곤 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의 저는 예전과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마냥 원하는 방향으로만 점을 찍어대는 것은 너무나도 지치고 힘들기 때문입니다. 바다에서 해류의 방향대로 떠다니는 것이 주는 편안함이 익숙해졌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영화를 보며 '나도 예전에는 얼마나 힘든지에 개의치 않고 내 방향으로 노를 젓곤 했었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당시 저의 모습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 준 이 영화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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